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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날은 간다 사랑과 이별에대한 해석
2024. 2. 20. 17:31목차
사랑에 대한 해석 흘러가는 것과 잡아두는 것
영화 봄날은 간다는 20년이 지나도 세련되고 서정적인 연출로 섬세한 감정선이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요즘 세대에게는 무서운 아저씨의 모습으로 익숙한 유지태 배우와 너나 잘하세요라는 명대사로 각인된 이영애 배우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지나가는 청춘과 사랑을 표현한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유지태가 연기한 상우는 사운드 엔지니어입니다. 흘러가는 소리를 녹음해서 잡아두는 일을 합니다. 이영애가 연기한 은수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입니다. 혼자 연출과 성우까지 맡아서 소리를 흘려보내는 일을 합니다. 이 영화는 계절처럼 흘러 지나가는 세월과 그 안에서 같이 흘러 지나가는 인연을 보여줍니다. 그것들을 대하는 두 남녀의 반대되는 모습으로 변하는 사랑과 연인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상우는 마이크의 녹음된 소리처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은수는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구전민요처럼 사랑은 한 시절 기억하고 지나가는 것이라 여깁니다. 은수는 상호의 짐을 다 꺼내두고 말없이 이별을 선언합니다. 차를 타고 떠나는 상우는 틀어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은수의 방송을 차마 끄지 못합니다. 자동차의 액셀을 밟아 차 소리로 라디오의 소리를 덮어버릴 뿐입니다. 은수의 방송은 상우에게만 향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상우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끌 수 없습니다. 떠나가는 은수의 마음을 잡아둘 수도 없지만 모른 척한다고 흘러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라면으로 보는 은수와 상우의 관계
이 영화의 명대사로 알려진 라면 먹고갈래는 영화 속 은수와 상우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수와 상우는 처음에는 함께 밥을 먹습니다. 녹음을 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얻어먹게 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 먹는 음식은 라면뿐입니다. 라면은 쉽게 끓이고 먹기 편하지만 때가 지나 불어 터지면 먹기 싫어집니다. 라면은 은수의 사랑을 의미했습니다. 상처도 겪고 무겁고 진지한 관계가 싫은 은수의 사랑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라면이 가짜 사랑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상우도 그 라면을 좋아합니다. 아버지에게 배워 김치를 잘 담근다 말하는 상우는 김치 같은 사랑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면과 김치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시간 따라 변해도 먹기 좋은 김치와 다르게 라면을 먹어야 할 때는 정해져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갖자던 은수가 다시 연락을 해 두 사람은 짧은 재회의 하룻밤을 보냅니다. 집에 돌아온 상우는 혼자 컵라면을 먹습니다. 다시 라면이 김치를 만났지만 작고 초라해진 것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처럼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은 여름에 이별합니다. 이 둘의 이별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은수의 마음이 변했고 그로 인해 사랑이 변했으며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된 것입니다. 봄날이 가는 이유는 그저 여름이 왔기 때문입니다.
봄날이 가듯 자연스러운 과정으로서의 이별
종이에 손을 베인 은수에게 상호가 가르쳐준 방법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헤어지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손이 베인 은수는 손을 들고 흔들다 상우가 생각났죠. 시간이 흘러 재회한 상우에게 은수는 작은 화분을 선물합니다. 그러나 상우는 이를 돌려주죠. 상우에게는 여전히 은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악수하는 손길 돌아보는 몸짓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우는 봄날은 이미 지났고 여름이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상처를 받았지만 다가온 이별을 받아들여야함을 인정합니다. 영화의 오프닝은 기차역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상우의 할머니 모습이었습니다. 모두의 봄날이 결국엔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영원히 가슴에 남아 떠오르는 것임을 담고 있는 모습입니다. 상우의 할아버지는 일찍이 바람을 피워서 딴살림을 차렸습니다. 할머니를 그렇게나 좋아하셨다는 고모의 말에 상우는 그런데 왜 바람을 피웠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상우는 사랑이 변치 않는 것이기에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모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잊히지 않는 봄날이 있음을 이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상우의 봄날과 함께 할머니는 떠나가셨습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기차역에서 만난 상우의 봄날도 흘러갑니다. 영화는 바람이 부는 갈대밭에 선 상우가 미소를 지으며 끝이 납니다. 아마도 그 순간 상우가 듣고 있는 건 바람 사이에서 들려오는 지난 봄날의 소리였을 것입니다. 잠시 왔다 지나가는 봄날처럼 스쳐가는 사랑에 대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 영화 봄날은 간다는 지난 사랑에 대해 추억하며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